집근처 까페에 왔다.
사실 이틀 전부터 남편과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.
발단은 남편이 취업공고 사이트를 보던 중 괜찮은 정규직 자리를 발견했고 나에게 지원해보지 않겠느냐고 물은 것이었다.
올해 어린이집도 취소하고 가정보육 중인데 취업을 하라니, "아이는 어쩌지.." 하니 그건 되고나서 방법을 찾아보면 된다는 대답.
그 상황을 가정하니 갑자기 피로감이 몰려왔다.
우선 중간에 들어갈 수 있는 가정어린이집을 급히 물색해야하고
아마도 평이 그리 좋지 않아 공석이 있는 곳에 미덥지 않은 맘으로 보내야 할 것이다.
1~2달(혹은 수개월)은 오전 시간에만 보내다가 시간을 점차 늘려가야
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큰 충격없이 적응할 수 있을텐데
아이의 마음이 준비되는 것과 상관없이 종일반으로 맡겨야 할 수도 있다.
처음 단체생활을 시작하면 병치레가 잦다는 것도 익히 들어 알고 있는데
양가 도움을 기대할 수 없는 우리 상황에 그럴 때의 케어는 어떻게 할 것인지, 집안일과 육아 분담은 어떻게 할 것인가 등등
이제 막 세살이 되어 하루하루가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와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이 크기도 하고
어린이집만 믿고 덜컥 일을 시작하기엔 아직 아이가 어리다.
생활비를 좀 빠듯하게 쓰면 쓰더라도 일하는 건 내년에 조금씩 시동을 걸어보고 싶다.
그러나 이 모든 이야기가 남편에게는 '일하기 싫은 핑계'로만 들리는 듯 했다.
있는 파이를 어떻게든 아껴서 먹어보려는 나와, 파이의 크기를 키우고 싶은 남편의 대화는 평행선이었다.
결국 이틀 동안 서로 입을 꾹 다물어 버렸다.
집에서 혼자 육아를 하느라 나름대로 고군분투하고 있는데
이 노력과 아이를 키우는 일의 가치를 전혀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드니 서럽고 화가 났다.

까페 통유리로 보이는 대나무 숲이 바람에 흔들리는 걸 가만히 보고 앉아 있었다.
눈물도 좀 났지만 계속 초록들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가라앉았다.
집 근처에 이런 까페가 있다는 게 감사했다.
하루 30분 걷기, 주말엔 2시간 혼자만의 시간
남편과의 다툼으로 이번주엔 없을뻔 한 이 시간을 어떻게 겨우 만들어냈다.
이마저 없으면 다음 한 주 새로운 힘을 내기 어려운 걸 아니까.
가방엔 공지영 작가의 신작 에세이 - 그럼에도 불구하고 - 가 들어있었지만 한 장도 읽지 못했다.
대신 성경 어플을 켜서 말씀을 보고 기도하고 글로 내 생각을 정리했다. 그러고나니 다시 마음에 힘이 조금 생긴다.
어쩌면 이런 갈등은 앞으로도 반복될지 모른다.
남편에게도 고된 회사일을 하며 '기댈 언덕'이 필요한 어떤 날, 여전히 아이 옆에 머물러 있고 싶은 내 마음이 또 충돌할 것이다.
그럴 때 서로의 마음을 도닥이며 이 시간을 함께 지나기 위해서
또 아이와 함께하는, 다시 오지 않을 이 시간을 아름답게 채색해 나가기 위해서
엄마에게도 휴식이 필요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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